남원 문덕봉~고리봉
2010 03 07
코스; 비흥재~문덕봉~고리봉~만학골~방촌리
날씨; 약간 흐리고 살랑이는 바람 산행하기 좋은 날씨
자연 산악회와 함께
2월은 집안 사정상 산행을 나가기가 어렵다
오랜만의 산행에 설례였나보다
시청 지하주차장에 주차하고 가방을 챙기다 보니 보조가방 하나를 안 가지고 왔다
그 안에 디카도 회비 낼 돈도 있는데 난감하다
시계를 들여다보니 집에 다시갔다 오기엔 시간이 부족하고 산행을 포기할 수도 없고
산악회 회원들 앞면이 있으니 어찌 되겠지 인간성이 제로가 아니라면..ㅎ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버스에 올랐는데 다행히 회비는 해결이 되었다.. 휴~~
예전에 인터넷이 없던 시절 산행정보를 얻기가 그리 쉽지 않았고
당시엔 잘 알려지지 않은 문덕봉~고리봉을 산행하기 위해 답사를 왔다가
입암리에서 그럭재로 오르는 임도 한쪽에 차를 세워두고
그럭재에서 문덕봉을 올랐는데 지금처럼
철 계단은커녕 자일 하나 걸려있지 않은 암릉을 위험을 무릅쓰고 기어오르고 건넜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미끄러운 바위를 타고 다시 건너지를 못하고
지능을 째고 내리며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한 곳이다
당시에는 문덕봉 고리봉을 하루에 종주하기엔 어려움이 많아
그럭재~고리봉을 하루 코스로 잡았었기에 비흥재에서 문덕봉은 초행길이다
비흥재에서 완만한 오름으로 오르니 비 흥산 정상 아래로 산성이 쌓여있다.
가운데 문처럼 좀 특이하게 쌓여있는데 둘러보지 않고 사면으로 그냥 돌아간다
오랜만의 산행인지라 낙오될까 걱정도 되고 꾸준히 그냥 걸어간다
진주에서 출발할 땐 이슬비가 내렸는데
88 고속도로를 타고 오며 지리산 부근 고지대엔 눈이 햐얗게쌓여있어 걱정이 되더니
날씨가 너무 좋다 약간 흐리고 바람도 살랑이고 촉촉한 낙엽이 깔려있는
푹신한 육산 길로 송림숲을 걷는 기분은 아주 상쾌하다
하늘이 자연 산악회 시산제 산행에 내리는 축복인듯하다
문덕봉을 치고 오르는 된 삐알엔 헉헉거린다 허벅지 근육이 터지는 기분이다
쉬엄쉬엄 천천히 그르나 꾸준히 간다 행여 중간에서 탈출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
문덕봉을 오르고부터는 아기자기 암 능길이 이어진다
그르나 철계단에 보조자일에 손잡이까지 등산객을 위해 안전하게 설치해놓아 별 어려움은 없다
지난날을 되뇌어보며 세상이 얼마나 살기 좋은 가 다시금 생각해보고..ㅎ
고정봉을 지나고 펑퍼짐한 봉오리에서 시산제를 지낸다
점심시간이 길어진다 끓이고 지지고 볶고 굽고 하는 동안에
일행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 나선 길인지라
보온병에 담아 간 미역국에 밥 한 술 말아먹고
멍~하니 기다리기도 그렇고 해서 또 천천히 길을 나선다
예전엔 친구들과 혹은 지인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곤 하였는데
지금은 혼자 나서는 산행이 좋아진다
천천히 걷는데도 근육에 경련이 날 것 같다
쉬엄쉬엄 고리봉에 올라서니 마음이 놓인다
지나온 능선을 되돌아보니 인제사 디카 생각이 간절하다 한 장의 흔적도 담지 못했으니..ㅎㅎ
예전엔 천만 장군묘를 지나고 내려서서 아기자기한 지능을 따라 내렸는데
이번엔 만학골로 내려선다
겨울이 녹아내리는 물줄기는 만학골의 암반을 타고 포말을 일으키다
폭포수를 이루며 청량감을 더해준다
앙증맞은 버들강아지가 눈을 뜨고 통통하게 부풀어올라 완연한 봄을 알리고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듯하다
시골 동네 주차장엔 아낙들이 팔러 나온쑥이며 냉이 바구니에 한 가득 봄이 담겨있다.